축구 이야기

6R 아스날 VS 웨스트브롬위치 리뷰

국뽕한사발 2017. 9. 27. 23:34

남자는 자신감!


남자는 자신감이다. 뭐 개뿔도없어도 자신감은 있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해낼 수 있다(물론 근거없는 허풍같은 자신감을 말하는건 아니다). 사람들은 대게 자신감있고 당당한사람에게 호감을 갖지, 자신감없고 기죽어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긍정효과라고나 할까 뭘 하던 자신있게 해야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근데 이번 경기를 통해 아스날에서 자신감이 아주 바닥까지 떨어진 선수를 발견했다. 분데스리가에서 이름을 날리고 온 선수가 이번시즌 개막하고 5라운드까지 욕을 바가지로 먹더니 그냥 기가 죽어버렸다. 기가죽고 자신감이 떨어지자 실수안하려고 긴장도 많이했을테고, 긴장을 많이하면 그만큼 실수가 더 나오는법이다. 그나마 꾸준하던 킥마저도 이번경기에선 실수가 많았다. 충분히 잘해줄 수 있는 선수인것 같은데, 이 고비를 극복하지 못하면 아마 곧 돌아올 윌셔한테 자리를 넘겨줘야할수도 있다. 물론 본인은 윌셔를 훨씬 좋아하지만 그래도 샤카는 현대 축구에서 흔치않은 얼마 남지않은 스타일의 선수인데, 벵거가 작정하고 팀의 중심으로 만들려고하니 스스로 부담을 많이 느끼는건지 이번시즌은 매 경기 잔 실수가 많다. 스스로 이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을련지 모르겠다... 윌셔한테 자리주고 윌셔백업으로 서는게 더 좋은 그림일수도 있고.


 깁스가 웨스트브롬의 선수로써 아스날을 만나는 첫 경기다. 그때문에 카메라도 틈만나면 계속해서 깁스를 비춰 주었다. 꽤나 오랬동안 아스날에 몸을 담았는데 (찾아보니 10년간 아스날소속), 거기선 대우를 좀 받는지 프리킥찬스마다 킥을 도맡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외에는 뭐 딱히 눈에띄는장면도 없었고 좋아하던 선수도 아니라서 관심끄고 아스날에 집중했다. 뭐 결과는 역시나 아스날의 2대0 승리였다.

 

 오늘은 리뷰를 선수평으로 해볼까 한다.

체흐는 잘했다. gk는 일단 무실점경기면 실제로 못했건 잘했건 상관없이 칭찬받는것같다.

코시엘니 무스타피는 중앙과 우측으로 나와서 탄탄하게 클린시트를 유지해 주었다. 무스타피는 솔직히 좀 불안한 장면이 많았는데, 원래 공격적인 수비를 하는 선수이긴 한데 전반 7분에 패널티라인 안쪽에서 무리한 태클을 시도했다. 상대선수가 걸려 넘어졌는데 다시 일어나서 슛하지 않았다면 백퍼센트 패널이 주어졌을것이라고 생각된다. 너무 대놓고 패널이어서 '심판 당황' + '상대선수 다시 일어나서 슛팅'으로 패널상황이 구렁이 담넘어가듯 자연스레 넘어가버렸다. 전반 20분정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가 코시,무스타피 둘다 몸이 풀렸는지 좀 나아지며 볼도 잘 돌리고 빌드업에도 적극 참여하며 좋은모습을 보였다.

몬레알은 오늘 정말 잘했다. 아스날이 3백을 꺼낼 수 있는 이유, 몬레알의 적응때문이다. 아마 벵거는 가브리엘을 보내면서 몬레알과 홀딩을 많이 고민했을듯하다.나올때마다 욕먹느라 바쁜 홀딩이지만, 볼튼에서는 손에꼽히는 유망주였고 지금도 빌드업자체는 좋은 선수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나올때마다 상대공격수에게 찢기는 모습을 보이자 벵거는 몬터백을 기용했고 머리좋고 부지런하고 꾸준한 몬레알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있다. 오늘도 빠른 판단으로 미리 체흐 뒤의 골대로 뛰어들어가서 한골먹힐것을 막아내는 장면도 보여주었고, 빌드업이 어려우면 직접 뚫고 들어가는 모습도 연출했다. 왠지 콜라시나치의 돌파를 보며 자극을 받은것 같은 느낌이었다. 역시 강력한 뉴페이스의 영입은 여러모로 중요하다.

콜라시나츠는 역시나 뭐 말할필요없이 잘해주었다. 웨스트브롬위치가 몸싸움을 계속해서 걸어왔고 산체스나 램지가 특히 많이 얻어터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콜라시나치는 절대 밀리지 않았다. 빠른 주력과 가속도, 몸싸움을 무기로 이번시즌 매경기 좋은 돌파와 크로스를 보여주었고 오늘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오른쪽은 베예린이 주전자리를 꽉잡고있어서 답도없지만 왼쪽이 아스날공격의 희망이 되고있다. 산체스와도 더 좋은호흡을 보여주면 좋을것 같다. 물론 이부분은 서로의 영향도있지만 산체스의 개인플레이성향이 문제인것같기는 하다.

베예린은 원터치게임으로 몇번의 찬스를 만들어내기는 했다. 근데 이놈은 항상 공격패턴이 그거밖에 없다. 머뭇머뭇거리다가 뒤로돌아 백패스, 그냥 이미 갇혀있는 팀원한테 폭탄돌리기패스, 아니면 옆의 동료에게 패스주고 앞으로 뛰는척하기... 너무아쉽다. 좋은재능이 있는데 뭔가 발전이 멈춰있는느낌. 혼자만 멈추지않고 공을가지고 아스날의 공격도 멈추게만드는 선수. 

샤카는 앞서 언급했든 지금 너무나도 자신감이 떨어져있다. 상황판단이 더 오래걸리고, 잘하는 킥마저도 부정확할 정도. 빌드업도 잘 안되고 압박에도 약하고 피지컬적인 부분도 별볼일 없고 수비적인부분은 아주 굉장히 부족하다. 오늘 웨스트브롬위치에게 고전했던 주 이유이기도 하다. 카솔라였다면 아마 대승을 거두었을것같다는 생각이 경기내내 들었다. 압박에 전혀 대응하지못하고 급한 패스, 실수하기 바빴던것같다. 그래도 패스 하나는 정말 죽여주는 선수인데, 약팀과의 경기에서만큼은 본실력을 보여주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상태라면 조만간 윌셔한테 주전자리 내줄것같다.

엘네니는 무난했다. 수비도 열심히했고 공격도 열심히했고 빌드업에도 열심히였다. 뭔가 눈에띄는 그런장면은 없었는데 늘 공 주위에는 자리잡고 있는게 굉장히 성실히 뛴것같다. 다만 가끔 샤카랑 자리가 겹치는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샤카역할은 그냥 샤카한테 맞기고 좀더 분담이 잘되면 좋을것 같다. 엘네니가 요즈음 리그컵을 시작으로 얼굴을 자주 비추고있다. 작은육각형의 선수가 점점 중간크기의 육각형으로 발전하는것같다. 특출난건 없지만 못하는것도 없는 선수. 팀의 톱니바퀴같은선수는 언제나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법. 이제는 어느덧 아스날의 중요선수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사실 본인은 램지를 굉장히 안좋아한다. 기본기가 부족하고 그냥 열심히 뛰는선수정도. 근데 요즈음에는 좀 다르게 보이는것같다. 월콧,램지 아스날의 암덩어리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지금도 뭐 잘한다! 이런건 아니지만.. 이번경기를 포함한 최근의 모습은 분명 여태까지와는 다르다. 자신감이야 늘상 있던 선수이지만 뭐랄까 좀 안정적이기도하고 투박했던 볼터치도 최근에는 꽤나 부드러워보인다. 최전방 압박부터 빌드업하러 3선까지 내려가는 모습, 3선에서 공을 넘겨주고 최전방까지 전력질주하며 뛰어드는 모습, 생각보다 볼을 부드럽게다루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지만 싫지만은 않다. 물론 그렇다고 뭐 이선수를 믿는건 아니지만, 이정도면 '어라? 생각보다 괜찮아졌네 이정도면 약팀과의경기에서는 충분히 쓸만한 자원인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되었다. 물론 월콧은 무조건 팔아야한다.

산체스는 오늘 뭐하러나온건지 모르겠는데 초반에는 잘 하는것같다가 중후반쯤부터는 그냥 혼자 라보나킥하려다 뺏기고, 공가지고 놀다가 뺏기고, 앞으로가다가 뺏기고, 옆으로가다가 뺏기고, 뒤로가도 뺏기고, 그냥 장난치러 나온 선수같았다. 몇번뺏기니까 열받아서 더 드리블치게되는 그 마음은 충분히 알지만, 내가 조기축구나가서 하는거랑 엄연히 돈받는 프로선수가 하는거랑은 다르다. 원터치안하고 공받고 질질끌다가 역습템포 다 망치고, 오늘 아마 제일 평가가 안좋은 선수이지 않을까 하는생각이 든다. 물론 기본적인 실력이 월등한 선수이기때문에 이번 한경기의 멘탈문제였을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라카제트. 이 선수 원래 이렇게 잘했나 싶다. 반페르시 이후로 스스로 뭔가가를 해낼 수 있는 공격수. 상대수비를 혼자서 벗길 수 있는 선수. 주위를 둘러보고 패스주는 모습은 좀 부족한면이 보였지만, 필요없다. 아스날에 패스 잘하는 선수는 많다. 확실하게 골냄새 맡고 넣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지금 두골넣었다고 칭찬하는게 아니다. 경기장에서 라카제트는 볼 간수도 굉장히 잘했고, 등지고 공을 받고 리턴하는 지루패턴이 아닌 공을 받으며 뒤로돌아 앞으로 더 갈수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자신감이 있었고 주저함이 없었다. 그냥 대놓고 상대수비가 달라붙으니까 알먹이면서 지나가는 장면도 한차레 나왔는데, 정말 아스날보면서 이런장면은 반페르시 이후 처음이었다. 아스날이 드디어 주포를 찾은 느낌이 든다. 조금씩 램지나 산체스와 안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첫시즌이고 팀에 합류한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인것으로 판단된다. 개인적으로는 경기에서 이긴것을 떠나서 라카제트의 경기력에 가장 큰 행복을 느낀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