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이야기

아부 디아비, 유리몸의 끝판왕 축구선수

국뽕한사발 2017. 11. 25. 02:11

무패우승 멤버들이 떠나가고 세스갱의 시절(07-08시즌)부터 아스날에는 파이터형 선수가 없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써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파이터형 선수가 거의 없었습니다. 

기억속을 더듬어보면 수비형미드필더로써 아스날에서 어느정도 뛴 선수들이 플라미니, 송, 아부 디아비, 그리고 지금의 코클랭? 뿐인것 같습니다. 

제 기억이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아스날을 10년간 지켜본 저에겐 어느정도 존재감이 있었던 수비형 미드필더는 저 선수들이 끝인것 같습니다. 

과거 파브레가스나 아르테타, 현재 카솔라나 윌셔, 샤카, 램지는 3선에서도 뛰긴 하지만 파이터형의 선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플라미니나 코클랭은 체격이 굉장히 작아, 아야투레나 비에이라와 같은 포스를 내지 못합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요성을 잘 아실겁니다. 

박수쳐주고, 다독여주면서 파이팅 외쳐주고, 우리팀에 파울당하면 조금 오바해서라도 상대선수 위협하고 하는 사소한 것들이 분명 팀의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질베르투 실바

비에이라

이런 덩치도 좀 있고 포스도 내뿜는 든든한 선수들이 좀 있어야 팀이 에너지도 넘치고 활력도 생기고 하는거거든요. 

로이킨 쫄게만드는 비에이라나 포스로 양 선수를 말리는 질베르투 실바와 같은 선수들이 아스날에서 한순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당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건축으로 재정난을 겪던 아스날과 벵거감독은 재능있는 꼬꼬마들로 선수단을 개편했고, 그 중심에는 파브레가스가 있었으며, 그 파트너로는 실바보다 플라미니가 더 어울렸습니다. 

비에이라가 떠나고 실바가 떠나면서 아스날의 미드필더진에는 피지컬 좋은 선수가 전혀 남지 않았습니다. 

황금 4중주라 불리던 파브레가스, 로시츠키, 흘렙, 플라미니 모두 부상이 잦은 선수들이었고 피지컬이 좋은선수들은 아니었습니다. 

넘치는 재능으로 약팀들과에 경기에서 번뜩일 수는 있지만, 강팀들과의 경기에서는 재능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재능과 센스를 떠나서 몸으로 밀어버리면 공을 뺏기는건 어쩔수가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당시 세스갱의 경기는 정말 재미있었다는점, 인정하고 저도 그 시절의 축구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나이 어린 재능있는 선수들 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경기장 위에서 선수단의 멘탈을 잡아줄 선수가 없었습니다. 

07-08시즌 압도적인 경기력을 내뿜으며 전반기 1위를 달렸지만, 에두아르도(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했던 선수. 앙리가 아스날을 나가면서 했던말이 있죠. '나는 에두아르도가 있기에 맘 편히 또다른 도전{바르샤 이적}을 할 수 있다')가 아주 끔찍한 부상을 당하면서... 선수단의 멘탈이 날아가버립니다. 



당시 아스날선수들은 모두가 세스크의 표정과 같았다

이후 아스날선수들은 충격이 컸는지 승승장구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무승부와 패배를 거듭하며 추락, 압도적이던 승점이 역전당하며 우승에 실패하였습니다. 

이후 여지껏 꾸역꾸역 4위를 지키고 있지만, 지난 16-17시즌에는 토트넘에게 밀리며 5위로 밀려나버렸죠. 

지금도 아스날에 샤카와 램지, 엘네니, 코클랭 등이 있지만, 팀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포스있는 선수는 없는것 같습니다. 

항상 아스날이 지적받아온 부분이기도 합니다. 

피지컬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 때 마다 아쉬운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유리몸의 대명사 툭치면 뿌러지는 리얼 쿠크다스 '아부 디아비'. 

이 선수의 장점이라면 큰 키임에도 불구하고 발밑이 굉장히 좋고 스스로도 자신감이 있었다는점. 

박스투박스의 전형적인 선수로 벵거볼에 맞는 원투패스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최근 10년간 본 아스날 미드필더중 몸을 가장 잘쓰던 선수였다는것. 

스킬이나 발재간이 아닌 몸으로 공을 지킬 수 있던 선수였습니다. 

알렉스 송도 몸을 좀 쓸줄 아는 선수였는데, 언제부턴가 패스에 맛들려서 파브레가스 나간 이후로는 자기가 플레이메이커인줄 알던 놈이고, 이적할때도 엄청 더럽게 팀을 나간 선수라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키에비해 굉장히 부드러운 볼터치

보통 키가 크면 무게중심이 높아 동작이 부드럽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디아비는 굉장히 부드러웠습니다.

수비 한 두명 쯤은 혼자서 벗겨낼 만한 능력이 있는 선수였죠. 

지금 아스날에서 혼자서 수비 한명을 벗겨낼 수 있는 선수가 누가있나.. 산체스나, 컨디션 좋은 외질, 병원에가있는 카솔라, 윌셔 뿐이네요. 팀적인 움직임의 공격이 안통하면 개인능력으로 뚫어내야 하는데 요즘 아스날은 그런 상황에서 사실상 산체스만 보고있는것 같네요. 

몸도 잘쓰고 볼도 부드럽게 잘 다루지만 단점이있었는데, 자신의 능력을 좀 과대평가해서 볼을 질질 끄는성향이 있었습니다. 

뭐랄까 딱 줄 타이밍에 한번 더 드리블을 치는느낌? 잘 뺏기지는 않지만, 속공찬스를 간간히 날려먹고는 했습니다. 

그래도 공잡으면 어쩔줄 모르는 선수들보다는 낫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스날에서 가장 볼을 잘 다루는 카솔라가 비야레알에서 영입되어 처음 왔을때, 디아비의 공을 다루는 솜씨를 보고 많이 놀랐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앞서 칭찬을 많이 했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진짜 역대급 유리몸이라는거죠. 

아스날에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9년을 있었는데, 부상이 하도많아서 총 124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스날은 보통 FA컵과 챔피언스리그, 리그를 병행했으니까 한시즌에 못해도 50경기씩은 있는데,두시즌 반정도를 풀로뛰고 나머지 6년반은 부상이었다는 말이됩니다. 

디아비 부상경력..

재능은 뛰어난 선수인데 신체능력이 따라주지를 못한 안타까운 케이스입니다. 

한때 포스트 비에이라, 흑지단 이라고도 불렸던 선수인데.. 

2010년 월드컵 당시의 프랑스는 지금의 초호화 멤버와는 다르게 지단이 은퇴 한 이후부터 암흑기였는데, 당시 국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던 선수가 디아비였습니다. 

아스날엔 이런 선수가 참 많죠. 

로시츠키도 그랬고 지금 윌셔도 재능은 넘치는 선수인데 그놈의 부상이 항상 발목을 잡고있네요. 

반통수(반페르시)도 허구헌날 부상으로 시즌의 반만 뛸 수 있다고 해서 반페르시라고 놀림도 받았었는데 박주영 토템의 힘인지 한시즌 풀로 뛰면서 득점왕 먹더니 맨유로 도망가버렸죠. 

디아비는 2006년 선덜랜드전에서 댄 스미스에게 거친 파울을 당해 발목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는데, 이후 완벽한 몸 상태 였던적이 없다고 합니다.

 아스날 그 자체인 벵거감독도 꽤나 오랬동안 데리고 있었지만, 결국 10번째 시즌을 앞두고 계약이 만료되는 디아비와 제계약을 하지 않았고 결국 디아비는 프랑스리그의 마르세유로 둥지를 옮기게 됩니다. 

디아비의 재능을 높이 산 마르세유는 디아비에게 2년계약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알아보니까 마르세유로 옮긴 이후에도 2년의 계약기간 동안 제가 찾아본 자료에 의하면 5경기를 뛴것으로....(불확실). 

개인적으로는 스타일이 맘에들어서 좋아했던 선수인데 참 뜻대로 안되는걸 보니까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디아비가 아스날을 떠나면서 했던 인터뷰 기록을 보면 혼자서 굉장히 많이 낙담했고 은퇴생각도 정말 많이한것 같습니다. 

병원 안에서 밖을 쳐다보며 혼자 너무나도 힘들었고 프랑스 에서도 유리로 만들어진 사람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아스날에서도 훈련대신 재활에만 매진하며 마음도 정말 불편했다고 해요. 

글을 쓰면서도 착잡하네요. 남은 선수기간 동안은 그만 다치고 은퇴까지 건강하게 선수생활 이어나가길 바랍니다.

2012년 아스날 vs 리버풀 경기에서 디아비 활약 영상으로 글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