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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야기

벵거볼의 절정. 황금4중주, 세스갱

 아스날 팬들은 대부분이 무패우승 시절 혹은 벵거볼이라 불리우는 아스날의 패싱플레이에 반해 팬이 되었을것이다.

epl의 영국축구는 2000년대 중반까지 굉장히 클래식한 축구를 구사했다. 간단히 말해 중앙미드필더가 좌우로 공을 벌려주면 양쪽윙어들은 직선적인 돌파와 움직임을 통해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공격수가 헤딩으로 득점하는 루트였다. 

그 대표적인 예로 퍼거슨의 맨유를 들 수 있고 퍼거슨은 클래식한 축구에 가장 적합한, 폴 스콜스라는 선수를 기점으로 삼았다. 

03-04시즌 벵거의 아스날은 엄청난 스쿼드를 바탕으로 우승을 해냈다.

앙리, 베르캄프, 융베리, 피레스, 비에이라, 질베르투실바, 애쉴리콜, 로렌, 캠벨 등 어느 포지션 하나 부족함이 없는 무시무시한 스쿼드였다.

하지만 무패우승이라는 거대한 기록을 세운 이후, 멤버들은 또다른 도전을 위해 혹은 각자의 새로운 목표를 위해 아스날을 떠나갔고 앙리마저도 떠났다.

아스날은 낡은 하이버리스타디움을 버리고 에미레이츠스타디움을 짓는데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게되고 더이상 위와같은 스쿼드는 갖출 능력이 못했다.

 

이에 벵거는 비싸지 않고 재능있는 어린선수들을 하나둘 모아 자신만의 축구를 계획한다. 

그리고 그 중심을 어린 파브레가스에게 맡기며 벵거볼 시즌2가 시작된다.

파브레가스는 후보였지만 무패우승도 경험해보았고, 쟁쟁한 선수들사이에서도 패스만큼은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던 당차고 어린 선수였다.

놀랍게도 그는 팀의 떠난 비에이라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대체했다. 파브레가스에 대한 내용은 따로 적도록 하겠다.

 

 07-08시즌 아스날의 선수들은 굉장히 젊었고, 아니 젊다못해 어렸고, 그만큼 기세를 타면 멈출줄을 몰랐다. 

벵거 아래에서 성장한, 혹은 벵거의 입맛에 맞게 영입된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한팀으로써 매 경기 아름답고 멋진 축구를 보여주었고 나 뿐만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그 중심엔 황금 4중주라 불리우는 파브레가스와 플라미니, 로시츠키, 흘렙이 있었다.

 

 이 4명의 미드필더는 각자 맡은바의 역할과 더불어 서로의 위치를 쉴새없이 스위치하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파브레가스는 중앙에서 공격의 기점이 되어주며 볼 배급, 경기조율과 더불어 감탄이 나올법한 놀라운 패스들을 전방에 넣어주었고, 양쪽 윙어로 나섰던 흘렙과 로시츠키는 이전의 epl윙어들과달리 계속해서 안쪽으로 들어오고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수비를 괴롭혔다. 

흘렙은 좀더 공격적으로, 윙포워드의 움직임을 가져갔고, 로시츠키는 조금 아래쪽에서 공미와 같은 움직임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들이 마음놓고 공격에 전념할 수 있도록 플라미니는 그들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물론 파브레가스나 플라미니도 기회가 나면 로시츠키나 흘렙과 같이 상대 진영으로 침투했고, 패스에도 일가견이 있는 로시츠키와 흘렙이 좋은 패스를 계속해서 주고 받았다. 

당시 이 미드필더들의 파괴력과 기세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국내) 언론과 팬들은 이들을 황금4중주, 혹은 세스갱이라고 불렀다. 

세스갱이란 풀어보자면 세스크의 갱스터 정도의 뜻인데 벵거의 전술 안에서 잘 융합해, 만나는 팀들을 말 그대로 뚜드려 패고다녔다.


 

 흘렙. 당시 흘렙은 무중력 드리블로 유명했다. 

최근엔 아주 흔한 스타일이지만 당시엔 흔치않은 인사이드로 파고드는 윙포워드 타입이었고 드리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났고 스스로도 자신감을 보였다. 

수비수 한두명정도는 쉽게 지나다닐 수 있던 선수였고 드리블 하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움직이는 선수들에게 패스를 잘 넣어주었다. 

당시 팀의 크랙으로 공격의 선봉장 역할이었다. 바르샤로 이적한후 망가지는걸 보며 참 가슴아팠던 선수다.

 

 로시츠키.이 선수는 '그라운드 위의 모차르트'라는 별명도 있을정도로 아름다운 축구를 보여주었다. 

볼 컨트롤이 굉장히 부드럽고 중거리슛이 좋았으며,순간적으로 스피드를를 끌어올려 상대수비 사이를 비집고 나아가는 속도조절에도 굉장히 능했다. 답답했던 경기도 로시츠키가 투입되면 흐름자체가 변할 정도로 유니크한 선수였다. 

지금도 로시츠키와 비슷한 스타일로는 모드리치정도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서도 가장 아스날을 오랫동안 지키고 있던 선수여서 정이 많이 가는 선수이다. 

단점으로는 아무래도 너무나도 심한 '유리몸'이라는점.... 을 꼽을 수 있다.

 플라미니. 이선수는 이 당시 화려한 아스날의 숨은 공신이다. 

언제나 스포라이트를 받는 사람 뒤에는 조용히 그를 받쳐주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현재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는 레알마드리드에는 카세미루가 있고 지금은 점차 하락세를 타고있지만 역대 최고의 팀, 바르샤에는 부스케츠가 있었다.

플라미니는 당시 굉장히 공격적이던 아스날스쿼드에서 특히나 수비력이 부족했던 파브레가스 옆에서 진짜 '개'처럼 뛰어다니며 경기장을 쓸어담은 선수다. 

이 선수는 더럽게 팀을 떠났고, 다 늙어서 아스날에 돌아오는 별로 애정이 없는 선수이다. 


세스크 파브레가스. 십년이 넘도록 아스날을 보게만든 장본인으로 나를 아스날이라는 팀에 빠뜨린 선수. 

그만큼 애정도, 할말도 많은 선수이다.

어려서부터 무패우승멤버들 사이에서 종종 출전할 만큼 재능이 넘쳤고 특히나 한번에 상대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킬패스는 그의 상징이었다.

세스크가 확실하게 아스날의 기둥이 된 경기를 기억하는가. 

바로 아스날 선배, 아스날의 주장이었던 비에이라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다.

비에이라는 아스날을 떠나 유벤투스에 새로이 자리잡았고 유벤투스는 당시 무너져 가는 아스날과는 비교가안되는 강팀이었다. 

비에이라와의 맞대결 경기에서 파브레가스는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mom에 선정되었고, 팀에 2대0 승리를 안겨주었다. 

아스날에 새로운 지휘관이 등장했다며 연일 화제가 됬던 경기다.

여러 아스날 팬들은 파브레가스를 좋아했던 만큼 증오하고 욕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도 너무나도 좋아하는 선수다.

 

 벵거가 인터뷰 중에 그의 철학을 보여주는 말을 한적이 있다.

 " 나의 꿈은 타이틀을 모으는것이 아니다. 나의 꿈은 그라운드 안에서 단 5분이라도 아름다운 축구를 보여주는것이다"

 

현재의 아스날은 이때의 아스날만큼 빠른경기도, 재미있는 경기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기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욕을하면서도 올해는 다르겠지, 올해 만큼은 다르겠지 하면서 새벽에 눈비비며 일어나 아스날 경기를 챙겨보는이유. 

이때의 아스날이 너무나도 좋았고, 멋있었고, 강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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