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참 많은 축구클럽이있다.
서로 좀더 높은곳을 향해 나아가며 선수를 육성하고, 영입하고, 운영하며, 경쟁한다.
내가 좋아하는 아스날은 잘 나아가고 있을까. 잘 나아갈수 있을까. 여태까지 잘 해왔을까.
앞으로의 미래는 알수없다. 이번시즌은 어떻게될지, 아니 다음경기는 이길수 있을지도 알수가없다.
하지만 과거의 모습은 기록으로 남아있고 나름대로 판단해볼수 있다.
아스날의 황금기는 언제일까. 확실한건 지금은 아니다.
매경기 팬들이 보이콧을하고 리버풀에게 4대0으로 지는 상황에 황금기라고 할 수는 없다.
언제부턴가 가끔 아스날을 보다보면 내가 이 팀을 뭐가좋다고 계속 보고있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매번 결론은 같다.
07-08시즌 처음봤을때 아스날만의 빠르면서 화려한 축구스타일, 그것 때문에 아스날에 빠졌고 지금은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그런 플레이를 볼 수 없지만, 이미 난 아스날이란 팀을 너무 오랬동안 좋아해버렸다.
난 사실 무패우승시절의 아스날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유튜브를 통해 본 장면들이 전부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내가좋아하는 축구는
그 이후의 축구니까. 스쿼드의 질로 뭉게는 축구보다, 선수비 후역습의 축구보다, 크로스나 롱볼 경합으로 인한 축구보다, 나는 07-08때의 아스날의
축구가 가장 좋다. 솔직히 져도 상관없다. 그냥 그런 축구를 보고싶을 뿐이다.
요즈음의 아스날은 그런 스타일을 버리고 좀더 실리적인 축구를 하려고 하지만
이제 그냥 이전의 멋진 플레이도, 이기지도 못하는 그냥 그저 그런, 놀림의 대상이 되는 클럽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축구의 중심이되는 선수.
세스크 파브레가스.
무패우승의 주축멤버들이 거의 다 떠나가고, 낡은 하이버리스타디움을 버리고 새로 에미레이츠스타디움을 지으며 빚만 남은 구단에서 벵거가 선택할수 있는 방법은 하나, 유망주 육성이었다.
정신적 지주 비에이라마저 떠난 상황에서 그 자리를 대체하며 아스날과 팬들의 빛이 되어준 선수다.
나이도 어리고 잘생긴데다가, 축구도 잘하고, 기죽지않고 성깔도 부릴줄 알고(과거미화) 중요할때마다 기대를 갖게 해주고 기대를 져버리지 않던 선수였다.
이러니 벵거도, 팬들도 안좋아할 수가 없는 선수였다.
07-08시즌초 아스날은 연승을 달리다가 에두아르도의 심각한 골절부상이후 어린 선수단은 단체로 멘탈이 무너지면서 그대로 추락하며 4위로 시즌을 마감해버렸고, 플라미니와 흘렙은 선배들처럼 또다시 구단을 떠났다.
그 이후 유명한 dds라인이 등장하는데... 데닐손과 디아비, 송으로 이어지는 미드필더 조합이다. 공격진에는 벤트너와 벨라, 월콧... 사실 빅4의 스쿼드가 아니었다.
그 어린 아이들을 이끌고 매 경기 어시스트을 추가하고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아스날을 이끌어 주던 선수였다.
당시 맨유에있던 호날두와 언론에서 경쟁구도를 만들어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파브레가스가 그라운드에서 뛰고 안뛰고의 차이는 아스날 경기력에 있어 하늘과 땅 차이 였는데, 상황이 이러니 벵거도 파브레가스에게 휴식을 편하게 줄수가 없었다.
어린나이부터 매경기 출전하다보니 몸에 무리가 생기고 조금씩 잔부상이 생기는건 어쩔수없었다.
그럼에도 벵거는 경기가 쉽지않으면 잔부상으로 벤치에서 쉬고있는 파브레가스를 투입하곤 했는데, 이걸로 아주 유명한 경기도 있다.
아스톤빌라와의 경기였는데 팀이 0대0으로 답답한 경기력을 보이자 벵거는 후반50분쯤 파브레가스를 투입했고, 파브레가스는 두골을 넣어주고 70분에 다시 교체아웃한다. '파브레관우'로 불리는 경기인데 포탈에 쳐보면 영상 많이 나오니까 찾아보면 후회하지 않을것같다.
갈라스가 떠난 후 주장까지 맡고있던 파브레가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다보니 너무 힘들었을까.
수준 떨어지는 꼬맹이들 데리고 몸 던져가며 뛰어도 한 경기 한 경기가 너무나도 힘들던 시기, 세스크의 고향이자 유스클럽이었던 바르샤에서는 어느덧 epl을 씹어먹고있는 세스크를보며 손짓하기 시작했다.
사비는 이때부터 각종 언론에서 바르샤 DNA드립을 뿌려대기 시작했고 스페인 국대동료들은 끊임없이 파브레가스를 유혹했다.
(열받아서 자세한내용은 생략)
1~2년동안 유혹을 뿌리치던 파브레가스는 결국 바르샤로 떠났고 EPL에서의 시원시원하고 저돌적인 모습은 커녕 본인과 맞지 않는 전술 아래서 천재선수가 아닌 팀의 일부분이 된다.
이때, 파브레가스를 무척이나 아꼈던 벵거는 '가슴에 구멍이 나는것 같았다'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지금 파브레가스는 런던 라이벌 첼시에서 활약하고있다.
뭐 아스날을 배신하고 경쟁팀으로 갔네, 이런말은 별로 하고싶지않다.
외질을 영입한 벵거는 합리적인 판단을 한것이고, 바르샤에서 미래가없음을 느낀 세스크는 결국 첼시로 옮길수밖에 없었으리라.
서로의 상황이 맞지않아 적이되었을 뿐, 세스크는 분명 아스날 구단 역사상 손에 꼽히는 미드필더였다.
예전엔 그렇게 싫던, 쳐다도 안보던 첼시경기를 가끔은 세스크 보려고 챙겨보곤 한다.
악감정은 없다. 사실 안좋게 떠난게 맞고 경쟁구단으로 간것도 맞지만 싫어할수가 없다.
정말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선수고 지금도 여전하기 때문에.
포백앞에서 전방으로 쫙쫙 뿌려주는 패스, 대지를 가르며 찔러주는 패스, 생각치도 못한 킬패스 등 많은 것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와서 돌아오긴 힘들겠지만
'아스날이 그리웠다'
한마디만 언젠가는 해주길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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